2026-06-17

최근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가해자들의 신상 정보를 유튜버에게 제공한 혐의로 입건된 사안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화두를 던진다. 대중의 공분을 바탕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사적 제재'가 역설적이게도 범죄 피해자를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적 제재는 사실관계·방법에 따라 늘 처벌될 위험이 상존한다. 가령, 피해자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판결문을 확보했더라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개인정보를 제3자인 유튜버에게 넘겨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행위도 제공자의 지위나 정보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위반의 가능성이 있다. 또, 온라인에 타인의 신상을 특정해 폭로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다. 공익 목적이 있더라도 신상정보 공개 등 방법이 과도하면 비방 목적·정당행위 부정으로 처벌될 수 있다. 공익성보다 비방의 목적과 영리성 조력 의도가 더 크다고 판단되기 십상이다.
사적 제재에 도리어 엄벌이 내려지는 이유는 정보 유출의 통제 불가능성 때문이다. 실제로 가해자와 동명이인이거나, 사건과 무관한 주변인의 신상이 잘못 유출돼 제3자가 마녀사냥 당하는 2차 피해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일단 온라인에 퍼진 허위 정보는 주워 담을 수 없다. 이 경우 최초 유출자는 가해자는 물론 억울한 피해를 본 제3자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를 당해 처벌받을 수 있다. 아울러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까지 당하는 사법 리스크에 놓이게 된다.
법무법인 대륜 김현수 변호사는 “밀양 사건 피해자의 입건 소식은 사법 체계의 한계에 대한 대중의 공분과 엄격한 실정법이 충돌하며 빚어낸 안타까운 단면이다. 도덕적 당위성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실정법 위반을 정당화하는 방패가 될 수는 없다.”며 “진정한 권리 회복은 반드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유튜버를 통한 폭로 등 사적 제재에 기대기보다는 사건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다. 가해자에게 실질적인 법적 타격을 줄 수 있는 합법적 압박 카드를 치밀하게 구성하는 것만이 피해자 스스로를 지키며 가해자를 단죄하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고 전했다.
이넷뉴스 박정우 기자(woo@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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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제재의 맹점···피해자를 피의자로 전락시키는 정보 유출 리스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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