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보도
2026-10-14

-김만중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고령의 부모가 투병하는 사이 특정 자녀 명의로 재산이 몰래 이전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다른 형제들은 '부모님이 평소 그럴 리 없다'며 소송을 제기하지만 패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법원이 부동산 등기에 부여하는 막강한 '등기의 추정력' 때문이다.
일단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등기명의자는 적법하게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등기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측에서 그 원인이 무효임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데, 가족 간 재산분쟁에서 이 추정력을 뒤집기 위해 가장 빈번하게 쟁점이 되는 것이 바로 부모의 '의사능력'이다.
법적 의미의 의사능력이란 단순히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하거나 상대방을 알아보는 정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법률행위의 의미와 그에 따른 법적 결과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특히 법원은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당시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객관적인 자료와 구체적인 정황을 종합해 계약 당시 부모에게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소송의 핵심이다.
최근 필자가 수행해 대법원에서 확정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2024나227475)이 바로 이런 경우다. 이 사건에서는 95세의 부친이 사망하기 불과 이틀 전 특정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다른 자녀들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는 등기의 추정력을 뒤집지 못해 패소했다.
그러나 항소심부터 사건을 대리한 필자는 단순한 정황 주장에 그치지 않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부친의 입원 당시 간호일지와 주간보호센터 요양기록지 등을 면밀히 분석해 증여계약 당일 부친이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의식불명 상태였다는 사실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했다.
아울러 상대방이 '정신이 온전할 때 발급받은 것'이라며 제출한 인감증명서에 대해서도 용도란이 공란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지적해 그 서류만으로는 증여 의사를 뒷받침하는 증명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밝혔다. 그 결과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소유권을 원상회복시켰고, 대법원 역시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이처럼 소유권이전등기의 유효성을 다투는 소송에서는 '처분문서의 진정성립'과 '등기의 추정력'을 어떻게 뒤집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단순한 의심이나 추측만으로는 부족하고, 등기 원인이 무효라는 점을 뒷받침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나아가 기존 등기를 단순히 말소하는 것만으로는 복잡하게 얽힌 권리관계를 해결하기 어렵거나 이미 후속 등기가 마쳐진 경우라면, 청구 취지를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로 변경하는 전략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결국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법률행위 당시의 상태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자료다. 따라서 견고한 등기의 추정력을 깨기 위해서는 의료기록, 간병·요양기록, 금융거래 내역 등 흩어진 자료를 모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촘촘하게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소송의 성패는 얼마나 억울한지가 아니라, 그 의심을 재판부가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로 바꾸어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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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누운 부모 재산 가로챈 형제…견고한 '등기의 추정력' 깨려면? (바로가기)방문상담예약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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